(뉴스저널코리아) 김도영 기자 = 시드니 총기난사범, 인도 출신 이민자…15명 살해 등 혐의 기소
시드니 총기난사 총격범 지난 14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총기난사 사건을 벌인 총격범 나비드 아크람(24)
[호주 ABC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15명의 희생자를 낳은 호주 시드니 유대인 축제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부자(父子) 중 아버지가 27년 전 인도에서 호주로 이민 온 인도 출신으로 확인됐다.
현지 경찰은 살아남은 총격범인 아들 나비드 아크람(24)을 살인·테러 등 총 59건의 혐의로 기소했다.
17일(현지시간) AP·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인도 남부 텔랑가나주 경찰은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을 저지른 사지드 아크람(50)이 텔랑가나주 하이데바라드 출신의 인도 시민이라고 밝혔다.
사지드는 무역학 학위를 따고 유럽계 여성과 결혼한 뒤 1998년 일자리를 찾아 호주로 이민을 간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인도에 있는 그의 친척들로부터 얻은 정보에 따르면, 사지드는 지난 27년 동안 하이데라바드에 있는 가족들과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면서 "그는 호주 이민 후 주로 부동산 문제나 연로한 부모님 방문 등 가족 관련 이유로 여섯 차례 인도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사지드는 아버지 사망 당시에도 인도에 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지드가 인도에서 사는 동안 그에 대해 불리한 기록이 없었다면서 "사지드나 공범인 아들 나비드가 극단주의에 빠지게 된 것은 인도나 텔랑가나 지역의 어떤 영향력과도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나비드는 호주에서 태어난 호주 시민권자다.
사지드는 지난 14일 저녁 호주 남동부 시드니의 유명 해변 본다이 비치의 유대인 명절 하누카 축제 행사장에서 나비드와 함께 총격을 가해 15명의 생명을 앗아간 뒤 경찰에 사살됐다.
호주 정부는 사건 현장에 세워진 사지드·나비드 부자의 차량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깃발 2개를 발견했다. 당국은 이들이 IS의 영향을 받아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나비드는 범행 당시 경찰과 총격전에서 부상해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전날 밤 의식을 되찾았다.
이에 따라 시드니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스(NSW)주 경찰은 이날 나비드를 조사하고 살인 15건, 살인미수·상해 40건, 테러 등 총 59건의 혐의로 기소했다.
경찰은 성명에서 "초기 정황으로 볼 때 이번 사건은 호주에서 테러 조직으로 지정된 IS의 영향을 받은 테러 공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지드 부자가 종교적 목적을 달성하고 지역사회에 공포를 조성하기 위해 사망·중상·생명의 위협을 초래하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나비드는 오는 22일 화상 연결을 통해 현지 법원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들은 범행에 앞서 지난달 1일 필리핀에 입국, 2010년대에 IS 활동이 활발했던 남부 민다나오섬을 방문한 뒤 지난달 28일 귀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필리핀 정부는 이들이 자국에서 테러 훈련을 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클레어 카스트로 필리핀 대통령실 공보 담당 차관은 이날 "필리핀이 테러리스트 훈련에 이용됐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면서 "본다이 비치 사건에 연루된 개인들이 필리핀에서 어떤 형태의 훈련을 받았다는 검증된 보고나 확인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필리핀군도 자국 내 IS 활동과 관련해 작년 초 이후 주요 테러 작전이나 훈련 활동은 기록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총격범과 몸싸움을 벌이는 보리스 거먼(왼쪽) [호주 9뉴스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범인들을 저지하기 위해 용감하게 맞선 희생자들의 행적이 하나둘 확인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유대인인 보리스 거먼(69)과 그의 아내 소피아(61)가 현장에서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용감하게 나섰다가 총에 맞아 숨졌다고 유족이 성명을 통해 밝혔다.
사건 현장 인근 차량에서 녹화된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보리스가 사지드로 보이는 총격범과 몸싸움을 벌이며 총기를 빼앗고, 이후 부부가 함께 도로에 넘어졌다.
보리스가 다시 일어나 총으로 총격범을 가격하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범인들은 다른 총기를 이용해 두 사람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족은 "보리스와 소피아를 잃은 고통을 그 무엇도 덜어줄 수 없지만, 그들의 용기와 이타심에 우리는 엄청난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블랙박스 영상을 찍은 여성도 로이터에 거먼이 "도망치지 않고 위험을 향해 바로 달려들어 온 힘을 다해 총을 빼앗으려 했고, 목숨을 걸고 끝까지 싸웠다"고 말했다.
다른 희생자 루벤 모리슨(62)도 사지드를 향해 벽돌을 던지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소셜미디어 영상에 포착됐다.
모리슨의 딸은 미국 CBS 뉴스에 "그는 총격이 시작되자마자 달려들었다"면서 "그는 벽돌을 던질 수 있었고 테러리스트에게 소리치면서 자신의 공동체를 지켰다"고 말했다.
또 사지드와 격투 끝에 총기를 빼앗아 피해를 줄인 시리아 출신 무슬림 '시민영웅' 아흐메드 알 아흐메드(43)를 위해 크라우드펀딩사이트 '고펀드미'에 개설된 기부 페이지에서는 이날 오전 현재 240만 호주달러(약 23억5천만원) 가까운 금액이 모금됐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들을 향해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위험을 향해 달려갔다"면서 "이 호주인들은 영웅이며 그들의 용기는 많은 생명을 구했다"고 밝혔다.
호주 시드니 총기난사 희생자 장례식 (시드니 AFP=연합뉴스,뉴스저널코리아) 호주 시드니 총기난사 사건으로 숨진 랍비(유대인 성직자) 엘리 슐랑거의 장례식이 17일(현지시간) 시드니에서 열렸다. 슐랑거의 유족이 고인의 관을 껴안고 통곡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망자 중 처음으로 랍비(유대인 성직자)인 엘리 슐랑거(40)와 야코브 레비탄(39)의 장례식이 이날 열렸다.
본다이 비치에 소재한 유대교 선교회 차바드의 회당에는 이들의 가족과 유대인 등 수많은 추모객이 몰려 고인의 희생을 애도했다.
지금까지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들은 전원 유대인이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이번 사건으로 총기 규제 강화 필요성이 대두한 가운데 크리스 민스 NSW 주총리는 오는 22일 의회가 1인당 총기 소지 한도 설정, 특정 유형의 산탄총 구매 제한 등 긴급한 총기 규제 개혁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NSW 주정부는 또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해 대규모 거리 시위를 벌이기 더 어렵게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뉴스저널코리아) 김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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