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충격에 환율 상승 '겹악재'…올해도 내수는 '먹구름'
내수 부진 장기화 우려…전문가 "추경·금리인하 필요"
"조기집행해도 경제 회복 기대 속에 편성한 본예산으론 역부족"
[뉴스저널코리아] 김도영 기자 = 지난해 긴 터널을 지나온 내수 부진이 올해도 쉽사리 회복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상계엄 충격과 고환율 악재가 겹치면서 소비자는 지갑을 닫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기업은 투자를 보류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상반기 조기집행 기조로 내수 회복에 마중물을 붓는다는 방침이다. 이에 더해 현재 경기 상황을 반영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나 통화정책 추가 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 내수 심리, 계엄충격에 크게 위축…"과거보다 심각"
12·3 비상계엄 이전만 해도 올해는 내수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경제전망에서 민간소비 증가율이 작년 1.2%에서 올해 2.0%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상반기 1.8%에서 하반기 2.3%로 회복세가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같은 달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민간소비 증가율이 작년 1.3%에서 올해 1.8%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면서 이들의 전망과 달리 내수 부진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올해 초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올해 민간소비가 1.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당시 전망치 2.3%에서 큰 폭 하향 조정했다.
특히 소비자 심리 위축 강도가 과거 정치적 불안 시기보다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KDI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당시 3개월에 걸쳐 9.4포인트(p) 하락한 반면 12·3 비상계엄 이후에는 단 한 달 만에 12.3p 급락했다. 기업심리지수도 과거와 비교해 더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원·달러 환율 상승도 내수 회복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이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이는 생산자 물가와 소비자 물가를 연쇄적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작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로, 전월(1.5%)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환율 상승 등에 따른 석유류 가격 반등이 주요 배경이다.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환율과 설 성수품 수요가 맞물려 이보다 높아진 2% 내외일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율이 높아지면 수입 물가, 소비자 물가가 올라 가계의 실질소득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미 국내 소비는 큰 폭으로 위축된 상황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작년 1∼11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해 2003년(-3.1%) 이후 같은 기간 기준으로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 조기 집행·임시공휴일…내수 회복 묘수 될까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과 설 민생대책을 통해 내수 활성화를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특히 전체 예산의 75%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해 경기 회복을 촉진하는 방안에 방점을 찍고 힘을 쏟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지출이 내수를 구성하는 항목인 만큼 정부 지출이 늘어나면 내수를 진작하는 효과가 있다"며 "조기집행 효과를 2월 말부터는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짜인 예산안이 12월 이후의 비상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준경 교수는 "작년에 경제가 좋아질 거라고 예상할 때 편성한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빠르게 집행한다고 해서 효과는 있겠지만 틀을 벗어나긴 어렵다"며 "비상계엄 사태 등을 반영한 추경 편성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소비 활성화를 위해 제안된 임시공휴일 카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국민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1월 27일 임시공휴일 지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주말과 추석을 이은 엿새간 연휴를 통해 외식과 여행 소비를 늘리겠다는 계획이지만 자영업자들은 해외여행으로 몰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단기적인 소비 촉진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설 명절 이후인 31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명절 일정을 마치고 주말까지 휴식을 취하며 가족끼리 외식을 하거나 짧은 외출을 다녀올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며 "소비를 촉진해 내수를 진작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에도 더욱 맞아떨어질 것"이라고 적었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결국 한은이 3연속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 조기 집행에 더해 한은이 금리까지 내려주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저널코리아] 김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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