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조사 예고에 대한축구협회 '반발'…FIFA 움직임에도 촉각
"임원 자격 등 아닌 스포츠·기술적 부분까지 정부가 관여할 순 없어"
국가협회 독립성 중시하는 FIFA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관심
[뉴스저널 코리아 김도영] =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을 놓고 비판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직접 조사'를 예고하자 대한축구협회가 반발하는 기색을 보인다.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질된 후 5개월가량 새로운 사령탑을 물색한 대한축구협회의 최종 선택은 국내 지도자인 홍명보 감독이었다.
외국인 감독을 알아보다가 뚜렷한 이유 없이 국내 감독을 선임한 점, 홍 감독이 대표팀에 생각이 없는 듯한 태도를 취하다가 갑자기 180도로 자세를 바꾼 점 등을 들어 팬들은 협회의 결정을 맹비난했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일한 박주호가 선임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는 '폭로' 영상을 자기 유튜브 채널에 올린 가운데 국가대표 출신 축구인들이 연이어 목소리를 보태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15일 문체부 관계자가 "축구협회의 자율성을 존중해 언론에 기사가 나와도 지켜봤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생각"이라며 "감독 선임 과정에 하자가 없는지 들여다보겠다"고 밝히는 등 정부 차원의 조사까지 이뤄질 걸로 보인다.
비판 여론이 강해지는 와중에도 지난 13일 홍 감독을 공식 선임한 축구협회지만 문체부의 '조사 예고'는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축구협회의 문제를 발견했을 때 문체부가 취할 적절한 조처로 감사 등이 거론된다. 협회가 올해부터 정부 유관기관에 포함돼 문체부가 일반 감사를 추진할 수 있게 된 걸로 전해졌다.
실제로 축구협회는 유관기관 중에서도 '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출자·출연·보조를 받는 기관'으로 등록된 상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대표팀 감독 선임까지 문체부가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협회의 시각이다. 이 같은 기술적·행정적 재량까지 정부 기관에 위임한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협회 고위 관계자는 16일 연합뉴스에 "회장이나 임원의 자격을 심사할 수는 있어도 스포츠나 기술적인 부분을 (정부 기관이)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하는 나라가 전 세계에 없다"고 항변했다.
협회의 입장은 결국 국가협회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정관과 닿아 있다.
각국 축구협회의 연합체인 FIFA는 산하 협회의 독립적인 운영을 특히 중시한다. 정관에도 이와 관련한 조항을 여러 개 넣어뒀다.
정관 14조 1항에 "회원 협회는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제삼자의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을 뿐 아니라 아예 각 협회의 독립성을 규정하는 19조를 따로 마련해뒀다. 15조에도 '정치적 중립'을 명시하며 각 협회가 '모든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다시 언급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협회에 대해서는 자격 정지 등 징계를 내린다.
2015년 쿠웨이트 정부가 자국 체육단체의 행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체육 관련 법률을 개정하자 FIFA는 쿠웨이트축구협회의 자격을 정지해 국제대회 출전권을 회수해갔다.
이에 따라 쿠웨이트는 2018 러시아 월드컵과 2019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 예선 잔여 경기를 몰수패 처리당했다.
FIFA는 지난해 3월 이슬람 나라인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20세 이하(U-20) 월드컵이 이스라엘 대표팀의 입국 문제로 정치·종교적 갈등을 빚자 아예 개최권을 박탈하기도 했다.
축구계를 넘어 사회적 이슈로까지 번진 사태에 대해 협회가 FIFA 정관을 구실로 외부 감시와 견제를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FIFA가 이번 사안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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