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조차 모르는 시신도"…적막 감도는 화성 화재 사망자 빈소
사망자 22명 중 20명이 외국인…"신원 파악에 시간 걸릴 듯"
화성 5개 병원에 분산 안치…화마로 부상한 직원도 동료 안부 문의
(화성=연합뉴스) = 24일 3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의 사망자 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에는 적막한 분위기만 감돌고 있다.
이날 오후 10시께 사망자 4명의 시신이 안치된 화성시 남양읍 화성유일병원 장례식장은 유족이 없어 썰렁한 분위기였다.
이곳에 안치된 시신들은 최소한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여서 가족들에게 연락조차 가지 않은 탓이다.
장례식장 관계자에 따르면 시신 4구 중 1구는 성별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훼손이 심각하다.
이번 화재 사망자 22명은 화성유일병원을 비롯해 화성송산장례문화원, 화성장례문화원, 함백산추모공원, 화성중앙종합병원 등 5곳에 분산 안치돼 있다.
대부분의 장례식장에서는 유족이 아닌 시청 공무원이나 고용노동부 관계자, 경찰관 등이 안치실 주변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화성유일병원에서는 유족 지원을 위해 장례식장을 찾았던 관계기관 공무원들도 아무도 만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시신의 신원을 알아야 유족들을 부르고 장례 절차가 시작될 텐데 모두 훼손이 심해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며 "소지품도 아예 확인할 수 없어 오늘 중에는 신원 확인이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같은 시간 사망자 5명의 시신이 안치된 화성장례문화원에도 빈소는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곳 관계자는 "안치된 시신 5구는 남성 4명과 여성 1명으로 추정되나 이 역시 추정일 뿐"이라며 "사망자 대부분이 외국인이라고 하는데, 외국인의 경우 신원 확인에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부상자 일부가 입원해 치료받고 있는 화성디에스병원에서는 다친 동료의 안부를 확인하러 온 아리셀 직원들을 볼 수 있었다.
화마를 피해 건물에서 뛰어내린 한 직원은 골반을 다쳤으나 다른 직원의 안부를 확인하고 나서야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 직원과 함께 병원을 찾은 A씨는 "사이렌 소리가 나서 밖으로 나왔는데 (2층에서) 뛰어내려 다친 사람들이 쓰러져있어 들고 뛰었다"며 "정신이 없고 멍해서 더 이상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이날 오전 10시 31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불이 나 근로자 22명이 숨졌다.
사망자 중 20명은 외국인(중국 국적 18명, 라오스 국적 1명, 미상 1명)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2명은 내국인이다.
이들 외에 연락 두절인 실종자가 1명 확인돼 소방당국이 수색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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