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문형배 "분노가 사법개혁 내용될 수 없어…법원도 불신 자초"
  • 김도영 기자
  • 등록 2025-12-11 20:10:59
기사수정
  • '사법개혁 공청회'서 모두 비판…"입법부, 사법부 위에 있지 않아"·"사법압박"
  • 내란재판부 추진에 "당사자 승복하겠나"…"사건 배당에 외부인사 관여는 문제"

(뉴스저널코리아) 김도영 기자 = 문형배 "분노가 사법개혁 내용될 수 없어…법원도 불신 자초"


공청회 참석한 문형배 (ⓒ연합뉴스=뉴스저널코리아) =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에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이 참석해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대법원이 사법제도 개편과 관련한 각계 입장을 듣고자 마련한 공청회 '100분 토론'에서 "입법부나 행정부가 사법부 위에 있지 않다", "분노는 사법개혁의 내용이 될 수 없다"며 여당의 '사법개혁' 추진을 두고 쓴소리가 이어졌다.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는 11일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방향과 과제' 공청회 마지막 순서로 문형배(사법연수원 18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김선수(17기) 전 대법관, 박은정 전 국민권익위원장 등 각계 권위자가 참석한 100분 토론을 진행했다.


문 전 대행은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휴먼 에러'(인간의 오류)가 있다면 휴먼을 고쳐야지 시스템을 고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몇몇 사건처리와 관련한 국민의 분노를 이해한다"면서도 "분노는 '사법개혁의 동력'이 될 수 있지만 '사법개혁의 내용'이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같은 그간 일부 사법부 결정에 불만이 있더라도 지금 논의되는 것과 같은 사법 시스템의 대대적 개편이 그 해결책이 되느냔 점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에서 입법자의 정신은 중용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고전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사법개혁에 찬성한다. '민주당이 제시한 법안이 사법개혁을 실현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질문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낸 박은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지금까지는 사법 독립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 전문가 집단의 선의에 대한 존중이 깔려 있고 대체로 사법행정의 협조 내지 소통 하에서 사법개혁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데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갈등이 고조된 시기에 사법 체계 전반, 법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부분에 대한 압박을 사법부가 받고 있고, 일반인들에게도 이게 사법 개혁인지 사법 통제인지 헷갈리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법부가 입법부나 행정부 위에 있을 수 없는 게 당연하듯, 입법부나 행정부가 사법부 위에 있을 수 없다"며 "3부 위에 있는 건 국민이다. 국민의 권리 보호에 만전을 기하기 3부를 고용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조재연(12기)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역시 "개개 판결 결과에 대해 여러 찬반 의견이 있을 수 있고 특별히 경청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것을 가지고 전체 현재 사법부 개편 또는 개혁의 당연한 전제로 삼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삼권분립에서 '견제와 균형'을 말할 때 당연한 전제로 다른 권력에 대한 상호존중과 자기 권한에 대한 적절한 절제, 이것이 전제다"라며 "오늘날 세계 각국은 입법과 행정의 동조화 현상을 겪고 있다. 다른 한 축인 사법부의 견제 기능이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법과 제도가 제대로 설계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제도 개편에 주저함이 없어야겠지만 너무 성급하게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과 역효과가 있다"며 사법개혁 속도전도 완곡하게 지적했다.


반면 김선수 전 대법관은 "우리 법원은 침몰하기 직전의 난파선과도 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결정과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거대한 암초를 들이받고 좌초한 상태"라며 "여기에 일부 법관들의 이해할 수 없는 내란 사건 진행, 특검 영장 기각 결정 등 국민의 관점에서 보면 내란 극복을 방해하는 것 같은 행태로 침몰을 독촉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에서 내놓은 사법개혁안에 대체로 동의하면서 "현재 제안된 5대 개혁과제는 12월 중에 입법을 완료해서 1라운드를 마무리하고, 2라운드 체계로 하급심 강화 등 본격적으로 국민을 위한 제도 개선을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차병직(15기)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한결·법률신문 편집인)는 "과감한 개혁을 원하는 쪽에선 입장이 뒤바뀌어도 똑같은 내용을 주장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면서도 "개혁 방향이 너무 급진적이라고 느끼는 분들 역시 변화를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급격한 변화 (요구)의 원인에는 변화를 바라지 않는 쪽에서 비롯된 것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양측 모두에 조언을 건넸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나 법왜곡죄 도입을 두고도 우려 의견이 잇달았다.


박은정 전 권익위원장은 "민주당 안이 구체적 시행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기보다는 현 재판부에 대한 압박용, 경고성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사건 배당에 외부 인사가 관여하거나 정치권 입김이 들어오는 특정 판사가 담당할 경우 내가 재판 당사자라면 그것에 승복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내란 재판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법 앞의 평등에 따라 정해진 절차에 의해 사법이 이뤄진다는 기본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현재 1심 재판부가 이 재판에 집중된 국민적 관심과 우려를 진지하게 여기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행은 "배당에 관해 외부 인사가 관여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특정 사건을 대상으로 한) 처분적 법률이라고 해서 곧바로 위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예외적 정당성이 있는지가 문제인데, 내란 재판은 예외적 정당성을 긍정하기에 좋은 사정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내란 사건이 단 1개도 선고되지 않은 건 문제가 있다. 더더욱 구속기간 계산 변경을 내란 우두머리 사건에서 적용해 국민의 불신을 자초했다"며 사법부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내란 재판은 신속하게 선고하고 법원이 기타 신뢰성 있는 조치로 분위기를 차분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법원이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하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특별법 제정의 계기를 없애는 게 왕도"라고 말했다.


법왜곡죄와 관련해서는 박 전 위원장은 "입법 취지가 나름대로 있다고 해도 이런 형태의 법조문은 성격상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며 "법의 해석과 적용은 결국 법원에서 하게 될 텐데 결과적으로 법원의 재량을 키워주는 쪽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차병직 변호사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는 법안의 수정이나 보완이 문제가 아니라 설치 자체가 문제"라며 "더 심각한 건 법왜곡죄다. 국가보안법처럼 이상한 구성요건이 하나 추가되는, '정치 형법'이 하나 탄생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법원행정처 폐지안'에 대해서는 "법관이 재판이 아닌 행정 업무에 과도하게 힘을 쏟아야 하는 지금의 구조는 어느 정도 조정이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외부 인사가 다수가 되는 합의제 독립기구가 행정처를 대체하는 안에 대해서는 "정치적 영향력에 노출되는 우려를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토론회 막판 방청석에 앉아있던 원로 법조인인 이용우(사법시험 2회·사법대학원 수료) 전 대법관이 손을 들고 발언 기회를 얻어 "제 소신을 후배 법관에게 전하기 위해 왔다"며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은 자유민주주의의 요체다. 오늘날 우리 정치권에서 이를 파괴하려는 위헌적 입법이 시도되고 법관들의 재판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노골적 협박이 공공연히 자행됨은 모두가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한민국 사법부가 나아갈 길은 너무나 분명하다. 온갖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사법부 독립을 꿋꿋하게 지켜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수호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사법부 독립은 외부에서 누가 가져다주지 않는다. 3천여 법관 각자가 재판에서 용기와 사명감을 지켜냄으로써 확보 가능하다. 행정당국은 법관들이 사법부 독립을 지켜내는 재판을 할 수 있도록 내외부적 환경을 조성하는데 온 힘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뉴스저널코리아) 김도영 기자


(끝)


TAG
0
유니세프
국민 신문고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