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소도시서 무장폭력 사태…시민 절반 가까이 대피
남부 국경 인접한 틸라서 4천여명 피신…정부 "연방군 개입"
멕시코 남부 소도시에서의 무장단체 폭력으로, 전체 시민 중 절반 가까이가 긴급 대피했다.
10일(현지시간) 멕시코 치아파스주(州) 검찰과 주지사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종합하면 지난 6∼7일 치아파스주에 있는 틸라에서 무장한 사람들이 마을 곳곳에 총격을 가하고 주택에 불을 지르는 등 소요 사태를 일으켰다.
이들은 주말에도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주민을 위협하면서 위력을 과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에 탄 한 건물 안에서는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치아파스 검찰은 전했다.
주민들은 며칠 동안 집 밖에 나가지 못하다가 주말을 이용해 피신했다고 주 정부는 전했다.
당국이 배포한 사진에는 주민들이 작은 가방이나 종이 봉투를 이용해 생필품만 챙겨 나온 모습이 담겼다.
은 '구조한 주민' 숫자를 4천187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0년 마지막 인구총조사 당시 틸라 전체 인구(9천609명)의 절반 가까운 수치다.
루틸리오 에스칸돈 카데나스 주지사는 이날 (X·옛 트위터)에 "관계 당국 협력을 통해 주민 안전 강화 조처를 시행 중"이라며, 이번 사건에 관계된 6명을 체포하고 도시 중심 광장 안전을 확보했다고 적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궁에서 연 정례 기자회견에서 "주민 간 갈등에 의한 사건"이라며 "주민들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연방군을 투입하는 등 당국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엘우니베르살을 비롯한 현지 매체는 그러나 이번 사태가 폭력 단체 또는 마약 밀매 갱단과 연관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 역시 현지 인권 단체를 인용, '갱단이 주민들로부터 보호금 명목의 돈을 갈취하고 도로를 막았다는 비난을 받아왔다'며, 이번 상황이 1997년 치아파스주 악테알 학살 이후 최대 규모 주민 피난 사례로 보인다고 전했다.
1997년 12월 22일 악테알에서는 당시 여당 지지자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무장단체 습격을 받은 원주민 45명이 숨졌는데, 사망자 중에는 생후 2개월 젖먹이도 있었다. 이 사건으로 주민 수천 명이 한동안 다른 지역에 머물러야 했다.
앞서 1994년에는 멕시코 원주민 권익 보호를 요구하는 무장봉기인 사파티스타 운동과 관련해 수많은 난민이 발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