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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압수사 정황 "경찰이 잡도리하고 겁박"…'자진 출석' 뒤엎는 통화녹취
  • 김도영 기자
  • 등록 2025-08-08 14: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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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호인-고인 지인과 통화서 "가족·회사에 문제 생길까 걱정"
  • 조사 나흘 만에 숨진 채 발견…강압수사 의혹 증폭되는 전북경찰

(뉴스저널코리아) 김도영 기자 = 전북 익산시 간판 정비사업 비리에 연루된 공무원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수사받던 40대 가장이 강압수사 정황을 지인에게 털어놓고 숨진 가운데, 경찰이 적법 수사 근거로 내세운 피의자의 '자진 출석' 입장을 뒤엎는 전언이 나왔다.


전북경찰청 진술녹화실(ⓒ연합뉴스=뉴스저널코리아)


8일 연합뉴스에서 확보한 숨진 A씨의 변호인과 지인 B씨가 나눈 통화녹취를 보면 고인이 생전 경찰 조사를 앞두고 느낀 압박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변호인과 B씨는 A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은 지난 3일 전후로 고인과 여러 차례 통화하며 당시 상황을 전해 들은 것으로 파악됐다.


고인의 지인인 B씨는 변호인과 통화에서 "(A씨가) 너무 힘들어했다. (경찰이) 일요일에 안 오면 가만 안 있을 것처럼 계속 잡도리했나 보더라"며 "조사받을 때도 계속 들어왔다 나갔다 하면서 겁박하고 그랬나 보더라"라고 씁쓸해했다.


그는 "제가 그때 A씨에게 '너 진짜 (조사실에) 혼자 들어가면 안 된다. 걔네(수사관)한테 진짜 거기서 잡도리 당하고 멘탈 털린다'고 조사 일정을 연기하라고 했다"며 "근데 A씨는 자기 가족이나 회사에 문제 생길까 봐 걱정해서…"라고 안타까워했다.


A씨의 변호인은 의뢰인의 비밀 유지 및 권익 보호를 명시한 변호사 윤리 장전을 근거로 이 통화상 자기 발언의 보도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통화에는 경찰이 앞서 'A씨가 자진 출석했다'는 것과는 배치되는 정황이 다수 담겨 논란이 예상된다.


통화내용대로면 당시 A씨는 스스로 경찰에 출석할 의사가 없었으나 신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수사관의 강요에 못 이겨 홀로 조사실을 찾은 셈이 된다.


실제 A씨는 휴일에 변호인 조력 없이 경찰 조사를 받고 나서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랑 아버지가 회사에 (임직원으로) 등록돼 있는데 (부모가 우리 회사에서) 월급을 타니까 (경찰이) '이걸로 탈세하는 것 아니냐?', '허위로 등록한 것 아니냐?'고 했다"며 "말로는 회사 문을 닫게 하겠다고 하더라"고 본건과 무관한 별건 수사로 압박감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로부터 나흘 만인 지난 7일 오후 6시께 완주군 봉동읍 자신의 사업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스스로 출석해 조사받았다"면서도 "조사 당시 영상 녹화나 음성 녹음은 피의자가 원치 않아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A씨의 가족은 이날 빈소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동생한테 (경찰이) 혼자 오라고 했던 것으로 안다"며 "동생이 강압수사 때문에 힘들다고 했다. 변호인에게 이런 내용을 들었다"고 했다.


전북경찰청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강압수사 의혹을 받는 담당 팀장과 수사관을 업무에서 배제하고 수사 감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철문 전북경찰청장은 "수사상 적법절차 준수 및 인권 보호를 더 신중히 하도록 도내 전 수사 부서에 지시했다"면서 고인과 유족에게 애도를 표했다.


(뉴스저널코리아) 김도영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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