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81분 면담서 "우리 한대표"
'노타이 차림'으로 청사 산책 이후 韓, 빨간 서류철 놓고 쇄신 요청
양측, 면담 결과에 언급 아껴…'현안에 의견 접근 못한 것 아니냐' 관측
[뉴스저널 코리아] 김도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1일 대통령실 앞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면담을 가졌다.
당초 대통령실은 오후 4시 30분 면담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언론에 공지했으나, 둘은 윤 대통령의 외교 일정으로 예정보다 24분 늦게 파인그라스 앞 잔디밭에서 만났다.
한 대표가 먼저 도착해 기다렸고, 이어 도착한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 악수한 뒤 파인그라스 잔디밭에서 어린이정원까지 대통령실 인근을 10여분간 걸으며 담소를 나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모두 넥타이를 매지 않은 정장 차림이었다. 산책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동행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전화 통화 등 외교 일정으로 면담이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날 경찰의 날 행사에서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헌양된 고(故) 이재현 경장 등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실내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나눴다. 여기에는 정 실장이 배석했다.
윤 대통령의 맞은편에 한 대표와 정 실장이 착석한 형태로, 당초 한 대표가 요청했던 독대 형식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 한동훈 대표"라고 말하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한 대표는 면담에 붉은색 서류철을 가져갔다. 여기에는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김 여사 의혹 해소 노력 등 한 대표의 건의 사항이 담겼고, 이를 면담에서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또 미국 대선 전망, 윤 대통령의 싱가포르 순방과 관련해서도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한 대표 어깨도 두드려줬다"며 "차분하게 잘 이뤄진 회동"이라고 전했다.
면담은 1시간21분가량 차담 형식으로 이뤄졌다. 다과상에는 윤 대통령을 위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한 대표를 위한 제로 콜라, 과일이 올랐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가 좋아하는 제로 콜라를 준비하라고 직접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면담 결과를 국회에서 브리핑하는 쪽으로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면담 종료 직후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리핑은 면담에 배석하지 않았던 박정하 대표 비서실장이 한 대표로부터 들은 말을 대신 읽어주는 것으로 대체됐다.
박 실장은 브리핑에서 취재진이 대통령의 답변과 반응을 묻자 "대통령의 답변을 내가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면담 후 한 대표의 표정에 대해서도 "해가 다 진 상황이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면서 "내가 면담에 배석하지 않아 분위기를 전할 상황이 못 된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은 면담 후 별도의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한때 서면 브리핑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브리핑 대신 대통령실 관계자 명의로 "헌정 유린을 막아내고 정부를 성공시키기 위해 당정이 하나 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는 입장을 냈다.
양측의 반응을 두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현안에 대해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여사 관련 이슈를 해소하기 위한 한 대표의 '3대 요구'에 대해 윤 대통령이 즉답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은 지난 7월 30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한 채로 양측이 약 1시간 30분간 비공개로 만난 이후 83일 만이다.
전당대회 직후인 7월 24일과 9월 24일에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 만찬이 있었지만, 이는 단체 회동이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독대해 현안을 논의할 시간은 없었다.
지난 11일 한 대표가 동남아 3개국 순방에서 돌아온 윤 대통령을 마중할 때도 짧은 인사 외에 특별한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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