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하면 울리는 스팸 문자…누구든지 걸려라
작년 스팸 문자 발송량 41억여건…SNS 통한 '로맨스스캠'도 활개
전문가 "검거·처벌 현실적으로 어려워…일절 반응 안 해야"
[뉴스저널 코리아]김도영 기자 = 직장인 김모(33)씨는 최근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휴대전화 스팸 문자메시지 때문에 짜증 날 때가 많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링크와 함께 오는 문자는 주식투자, 조건만남 등 주제를 가리지 않는다. '주식', '페이백' 등을 차단 키워드로 등록했지만 소용이 없다.
김씨는 "업무 특성상 연락에 민감해 휴대전화를 끼고 살다시피 하는데, 하루에도 여러 건이 와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런 스팸 문자가 근래에 부쩍 늘어난 것 같다는 김씨의 불만은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스팸 문자 발송량은 총 41억2천801만건에 달했다. 2019년 12억1천17만건에서 4년 만에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스팸 문자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KISA에 접수된 스미싱(문자 결제 사기) 피해 건수는 4년 전보다 8배 늘어난 1천673건, 피해 금액은 36배 뛴 144억원이었다.
금전적 피해를 보지 않더라도 하루에도 여러 번 울리는 스팸 문자는 그 자체로 시민들에게 피로감을 준다.
초등학생 아들을 둔 안모(48)씨는 "아이에게 모르는 번호에서 온 문자는 보지 말라고 했지만 호기심에 눌러 개인정보가 빠져나가거나 요금폭탄을 맞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안씨는 "나 역시 얼마 전 미납 벌금이 3건 있어 행정조치에 들어간다는 링크를 받아 열어볼지 한참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2020년 이후 대량 발송을 하는 문자 재전송사 등록이 늘어났고, 해킹으로 탈취된 이들의 계정으로 대량의 스팸·스미싱 문자가 전송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리 당국은 경찰, 통신사 등과 협업해 스팸, 로맨스스캠 등 문자를 필터링하고 있지만, 모든 문자를 걸러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형법상 사기미수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으나 검거 자체가 쉽지 않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등 유출된 개인정보를 이용해 해외에서 시도되는 범죄들은 투자 비용이 그렇게 많이 들지 않는다"며 "반면에 범죄 수익은 큰 편이어서 범죄자 입장에서는 '하나라도 걸려라' 식으로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대중화하면서 문자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텔레그램 등을 통한 스팸 사기꾼들의 접근도 흔해졌다.
누가 봐도 허술한 문자를 뿌리는 수법에서 진화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가량 친밀감을 쌓고 경계심이 허물어졌을 때 금품을 뜯어내는 로맨스 스캠 방식의 사기도 유행이다.
이런 식의 로맨스 스캠 문자는 대부분 '친구를 사귀고 싶다', '연락을 기다린다'는 등의 내용 뒤에 네이버 라인 아이디를 함께 첨부하는 식이다.
정원기 KISA 디지털이용자보호단장은 "9월에 접수된 스팸 신고 약 2천500만 건 중 약 80만건이 로맨스 스캠 형태의 문자"라며 "이 같은 문자는 계속해서 느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지난 8월 '투자 리딩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개정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불법 주식 리딩방으로 유도하는 식의 문자는 줄어든 반면 친분을 강조하거나 나아가 성매매로 유도하는 듯한 형식의 문자가 늘어난 것으로 KISA 측은 추정하고 있다.
이런 범죄는 실제 피해가 발생하기 전까지 법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 단장은 "단지 '친구 하자'는 문자를 보냈다는 이유로 형법상 사기 혐의로 처벌할 수는 없다"며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절대 반응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도 "애초에 모르는 문자는 들여다보지 않고 전화번호나 아이디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며 "정부는 업체들과 논의해 계정을 생성할 때 인증 절차를 강화한다든지, 불법 행위로 계정이 차단되면 5∼10년간 다시 만들 수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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