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에서 45억 준다지만"…전기차 화재 아파트 복구 전념
단전·단수 해소돼 분진 청소 본격화…196세대 547명은 '대피소' 생활
[뉴스저널 코리아=김도영] =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 사건이 발생한 지 열흘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복구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10일 아파트 곳곳에는 화재로 분진을 뒤집어써 못 쓰게 된 이불과 베개 등 각종 폐기물이 높게 쌓여 있다.
피해 주민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바닥에는 신발 자국 옆으로 분진이 그대로 있었고 화재 당시 집에서 작동된 스프링클러 물 자국도 남아 있었다.
정전으로 냉장고에 있던 음식물은 그대로 녹아 흐른 채 방치돼 있었다.
이 아파트 1천581세대 주민들은 지난 1일 화재 발생 이후 폭염 속에서 단전과 단수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
주민센터와 학교 등지에 마련된 임시주거시설(대피소) 텐트나 지인·친척 집에서 생활했고 이마저도 여의찮을 땐 숙박업소를 전전하며 버텼다.
지난 6일 수도 공급이 재개되고, 8일 전력 공급이 재개되면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을 갖춰졌지만 일상을 되찾으려면 상당한 시일이 더 걸릴 전망이다.
이날 청소업체들은 화재 피해가 가장 심한 329∼331동 3개 동 세대부터 청소를 시작했다.
직원들은 송풍기를 이용해 천장에 있는 분진을 걷어내고 유해 물질을 바닥으로 가라앉히는 피톤치드 원액을 뿌리며 청소를 했다.
주민들은 전문 청소를 마쳐도 유해 물질이 집안에 남아 있을까 우려하며 당장 입주를 꺼리고 있다.
수험생 딸을 둔 40대 여성 주민은 "이번 화재로 딸이 목에 통증이 있어 약을 계속 먹고 있다"며 "딸 공부보다 건강이 우선이라며 당분간 집에서 안 지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332∼334동 3개 동 주민은 이날 현재까지도 공용부 전력이 공급되지 않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해 더 불편이 크다.
10층 집까지 걸어 올라간 50대 주민은 "다음 주에 업체 청소 계획이 잡혔는데 기다릴 수만 없어 잠시 집에 왔다"며 "업체 청소를 마쳐도 내부에 있는 분진이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임시주거시설에는 전체 1천581세대 중 196세대 647명(지난 9일 오전 11시 기준)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임시주거시설 10곳에 나뉘어 생활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관리사무소 근무자가 화재 직후 스프링클러 작동을 중단시키는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초기 화재진화에 실패했다는 소식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인천소방본부는 전날 아파트 관계자가 스프링클러의 준비작동식 밸브 연동 정지 버튼을 누른 기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50대 주민은 "근무자가 일부러 버튼을 누르진 않았을 텐데 안타깝다"며 "근무자가 너무 비난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70대 주민은 "화재 이후 주민들 사이에서 소문이 돌았는데 사실로 밝혀졌다"며 "명백한 관리 소홀과 부주의로 관계자는 처벌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또 전날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인도적 차원'에서 피해 주민들에게 45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뉴스를 접하고 엇갈린 의견을 표출했다.
40대 피해 주민은 "기업에서 이제라도 발 벗고 나서줘 다행"이라며 "앞으로 복구 비용이 많이 필요할 텐데 잘된 일"이라고 반겼다.
반면 다른 50대 주민은 "벤츠 회사가 생색 내기나 보여주기식 행동 같다"며 "책임 인정을 안 하는 것도 이해 안 되고 금액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번 화재는 지난 1일 오전 6시 15분께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있던 벤츠 EQE 세단 전기차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주민 등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차량 87대가 불에 타고 783대가 그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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