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시민 2216명 "소녀상 지켜달라" 청원
[뉴스저널 코리아=김도영] = 독일 베를린 시민 2천여명이 철거 위기에 놓인 평화의 소녀상을 존치해 달라고 청원했다.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는 31일(현지시간) 소녀상이 있는 베를린 미테구 주민 2천216명이 서명한 청원을 구의회에 제출했다.
주민들은 "소녀상은 특히 젊은이들에게 살아있는 기억과 배움의 장소"라며 "학생과 연구자, 예술가들이 성폭력과 식민주의, 기억문화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런 의미와 참여를 존중해 소녀상을 영구 존치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미테구청과 구의회는 규정상 지역 문제에 대해 1천명 이상 주민이 청원하면 정식 안건으로 다뤄야 한다.
청원서는 야나 셰퍼, 가지무라 미치코, 게르노트 볼퍼 등 주민 대표 3명이 구의회를 찾아가 옐리자베타 캄 의장에게 전달했다.
젠더·이주 문제 연구자인 셰퍼는 소녀상에 대해 "문화와 정치, 공동체가 어우러져 특정 주제를 위해 싸울 수 있는 놀라운 문화를 만들었다"며 "구의회가 성폭력 피해자 편에 서서 관심을 끌어내고 소녀상이 베를린의 기념물로 계속 남아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출신으로 베를린에 49년째 산다는 가지무라는 "일본 정부가 오랫동안 역사수정주의 경향을 보여왔고 일본에서 위안부 문제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베를린 소녀상은 2020년 9월 설치 직후 일본 측의 문제 제기로 구청이 철거를 명령했으나 코리아협의회가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해 보류됐다.
이후 1년씩 두 차례 특별 허가를 받아 자리를 지켰다. 구청은 허가 기간이 끝난 2022년 9월 이후에는 재량으로 용인해왔다는 입장이다.
구의회는 그동안 소녀상 영구 존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여러 차례 채택했다. 그러나 구청은 소녀상을 설치한 코리아협의회에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며 오는 9월28일까지 자진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코리아협의회는 "시민사회가 지지하는 독일 기억문화의 전통과 초국가적 운동의 중요성이 무시되고 있다"며 구청이 법률과 규정에만 얽매여 철거를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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