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격 '기쁨의 눈물'로 젖은 '성지' 샤토루 사격장
개회 사흘 만에 한국 사격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쾌거
눈물 보인 장갑석 감독에 선수들 "감독님도 눈물이 있네요"
[뉴스저널 코리아=김도영]샤토루 슈팅센터는 지금 한국 사격 부활의 성지(聖地)가 되어간다.
한국 사격 대표팀 관계자들은 과장을 조금 보태면 '열 걸음만 걸어가면' 다른 나라 사격 관계자들의 축하 인사를 받느라 정신이 없다.
반효진(대구체고)이 29일(이하 현지시간)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한국 사격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를 수확했다.
대회 개막 이후 첫날인 27일에는 박하준(KT)과 금지현(경기도청)이 공기소총 혼성에서 은메달을 합작했고, 28일에는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오예진(IBK기업은행)과 김예지(임실군청)가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땄다.
불과 대회 개막 사흘 만에 샤토루에 두 번이나 애국가를 울리게 한 것이다.
이제 한국 사격은 금메달 1개만 추가하면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기록한 종전 최고 성적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반효진과 황위팅(중국)이 마지막까지 금메달을 놓고 겨룬 샤토루 사격장 10m 결선장은 '대한민국 파이팅'과 '자여우'(加油·힘내라) 라는 외침으로 가득했다.
금메달 확정을 눈앞에 뒀던 반효진이 마지막 24번째 발에서 9.6을 쏘고, 황위팅이 10.5점을 쏴 동점이 되자 이 순간만큼은 '자여우'라는 외침이 훨씬 컸다.
경기 후 반효진이 "중국 관중의 환호 소리 때문에 내가 진 줄 알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다행히 두 선수는 251.8점으로 동점이 돼 금메달을 확정하기 위한 한 발의 슛오프 대결을 벌였다.
반효진이 10.4를 쏘고, 황위팅이 10.3점을 맞힌 순간 샤토루 사격장은 환호와 울음으로 가득했다.
'호랑이 감독님' 장갑석(64) 사격 대표팀 총감독을 비롯해 김세호 여자 소총 코치 등 대표팀 관계자는 일제히 울음을 터트렸다.
이 모습을 보고 반효진 역시 펑펑 울었다.
반효진의 금메달 시상식이 끝난 뒤 만난 장갑석 감독에게 당시 상황을 물어보자 멋쩍게 웃으며 "선수들이 '감독님도 눈물이 있네요'라고 놀라더라"고 답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 2020 도쿄 올림픽 은메달 1개로 침체기를 걸었던 한국 사격의 지난날을 생각하니 절로 눈물이 났다는 게 장갑석 감독의 말이다.
이어 장갑석 감독은 "사실 금메달이 나올 거라고 기대했던 종목은 시작도 안 했다"며 계속되는 선전을 자신했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떨어진 시내에서도 우리 대표팀이 나타나면 축하 인사가 이어지기는 마찬가지다.
국제사격연맹(ISSF)에서 소총 분과위원을 맡고 있는 이은철 대한사격연맹 부회장이 샤토루 시내의 ISSF 임원 숙소에 나타나자, 나무 그늘에서 휴식하고 있던 국제연맹 관계자들이 몰렸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 소총복사 금메달리스트인 이은철 부회장은 "요새 축하 받느라 정신이 없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