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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놓고 갈등 격화…"정권퇴진운동" vs "현장간호사 보호"
  • 김도영 기자
  • 등록 2024-08-21 00: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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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놓고 갈등 격화…"정권퇴진운동" vs "현장간호사 보호"


여야 합의에 28일 法 통과 가능성 높아…'PA 간호사 제도화' 등 담겨


격앙된 의사들 "환자 파리 목숨 만드는 법…중단 안하면 정권퇴진운동"


간호사들 "현장 떠난 전공의 대신하려면 법으로 보호해줘야


"간호사는 더 이상 티슈노동자일 수 없습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뉴스저널 코리아=김도영 기자] = 간호법안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의사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의료계 내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간호법 입법 가능성에 격앙된 의사들은 정부와 여당이 간호법 입법을 중단하지 않으면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반면에 간호사들은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을 대신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간호사를 보호하기 위해 간호법안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법안 제정을 촉구했다.


간호법안 법안심사소위간호법안 법안심사소위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의사 일 대신하는 '1만3천명' PA 간호사…이번엔 제도화될까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여야가 이달 28일 본회의를 열어 비쟁점 민생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간호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간호법은 작년 4월 야당 주도로 국회(21대) 본회의를 통과했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는데, 이번 국회에서 여야가 각각 '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법제화를 담은 간호법을 발의했다.


PA 간호사는 수술, 검사, 응급상황 시 의사 보조 등의 업무를 하며 실질적으로 의사의 의료행위 일부를 대신하고 있다.


이들은 의료법상 제도화된 직역이 아닌 탓에 합법과 위법의 경계에 있지만, 필수의료 분야 기피 현상으로 의사가 부족해지면서 2010년 전후부터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전국에 PA 간호사가 1만3천명 이상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간협은 비공식적으로 PA 간호사로 일하는 인력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PA 간호사가 보건의료직역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제도화해 제대로 된 교육과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PA 간호사가 합법적으로 의사 업무를 합법적으로 대신하도록 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 만큼, PA 간호사 제도화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의견이 많다.


의협회장 의협회장 "22일까지 간호법 입법 중단 안 하면 정권퇴진운동" (서울=연합뉴스) 


◇ 의협 "환자 파리 목숨 만드는 법…중단 안 하면 정권퇴진 운동"


의협은 간호법안은 간호사가 의사 업무를 대신할 수 있게 해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이날 연합뉴스에 "간호법은 의료현장에서 환자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알고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법"이라며 "간호사가 의사 노릇을 해 환자 목숨을 위협하는 것을 정부와 여당이 보증해주겠다는 것이다"고 비난했다.


임 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22일까지 국회는 의료계가 반대하는 간호법 등 의료 악법 진행을 중단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정권 퇴진 운동을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간호법이 제정되면 의사의 진료독점권에 금이 갈 수 있다는 것도 의사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앞서 의협은 "복지부가 진료와 치료 위임을 통해 간호사에게 (진료지원을) 허용하는 의견을 제시한 것은 명백한 의사 고유의 업무를 침해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종용하는 동시에, 의료인 간 업무 범위를 구분하는 의료법 체계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정부가 의사들이 대거 진출한 피부·미용 분야에 일정 자격을 갖춘 간호사가 시술할 수 있도록 허용할지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혀, 의사들은 간호사에게 일자리를 뺏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14개 직역 단체가 모인 '14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날 대표자 회의를 열고 "현재 국회에 심의 중인 간호법으로는 당면한 의료대란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며 "상호 연대 협력해 제대로 된 의료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순회 간담회 등을 열어 의료제도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기 위해 행동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은 "간호사가 의사와 약소직역 업무를 침탈하고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반발해 부분 파업을 벌였다.


간호협, 의료공백 관련 기자회견간호협, 의료공백 관련 기자회견 [뉴스저널 코리아=김도영 기자] = 대한간호협회 탁영란 회장과 손혜숙 부회장이 20일 서울 중구 협회 서울연수원에서 의사집단 행동에 따른 간호사 법적 문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간호사들 "1시간 교육받고 전공의 일 대신 해…PA 제도화해야"


간호사들은 의료현장에서 PA 간호사가 관행처럼 활용되고 있는 만큼, PA 간호사를 제도화해 제대로 된 교육과 업무에 대해 보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의료공백 상황에서 대다수 간호사는 제대로 된 교육 없이 전공의 업무를 강제로 떠안고 있다.


간협이 6월 19일∼7월 8일 수련병원 38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속 간호사의 62.4%는 병원이 전공의 업무를 일방적으로 강요했다고 밝혔다.


간호사들은 "업무 교육 프로그램이 따로 없어서 전공의 업무를 간호사가 간호사에게 가르치는 상황이다", "30분∼1시간 정도 교육한 후 (PA) 업무에 투입하고 있다", "점점 더 일이 넘어오고 있고, 교육하지 않은 일을 시킨다"고 증언했다.


특히 수련병원 10곳 중 6곳은 정부가 PA 간호사를 합법화한 시범사업에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간호사들에게 의사 업무를 하도록 지시하고 있어, 간호사들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불안 속에서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탁영란 간협 회장은 "정부 시범사업 지침에는 '근로기준법 준수'라고 명시돼 있지만, 의사 집단행동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은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간호사에게 희생만을 강요받지 않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국회에서 간호법안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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