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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주 낙태' 영상 실제였다…유튜버·병원장 살인 혐의 입건
  • 김도영
  • 등록 2024-08-13 00:5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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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주 낙태' 영상 실제였다…유튜버·병원장 살인 혐의 입건


태아는 사망 확인…"낙태냐 사산이냐 살인이냐" 입증 관건


병원 수술실 CCTV 없어…'처벌 입법 공백' 지적 커져


서울경찰청 간판서울경찰청 간판 [촬영 김성민]


[뉴스저널 코리아=김도영] = 36주 된 태아를 낙태(임신중단)한 경험담을 올려 논란이 된 유튜브 영상을 수사하는 경찰이 해당 유튜버와 낙태 수술이 이뤄진 병원 원장을 특정해 살인 혐의로 입건했다.


사람의 임신기간은 일반적으로 40주이기 때문에 36주 태아는 자궁 밖으로 나와 독립생활이 가능한 정도다. 따라서 문제의 영상이 조작이 아닌 사실로 드러나면서 사실상 낙태가 아닌 살인죄 입증 여부, 낙태 허용 기준과 불법 수술 시 처벌 규정이 부재한 현 상황 등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2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영상을 게시한 유튜버와 수술한 병원 원장을 특정해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영상 게시자를 찾기 위해 유튜브 본사인 구글에 압수수색 영장을 보냈으나 정보 제공을 거절당했다.


이에 유튜브 및 쇼츠 영상 등을 정밀 분석하고 관계기관 협조를 받아 유튜버와 수술을 한 병원을 특정했으며,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압수수색을 벌였다.


유튜버는 지방에 거주하는 20대 여성이며 병원은 수도권에 소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튜버는 이미 두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고 낙태 사실을 인정했다.


또한 지인을 통해 수술할 병원을 찾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해당 지인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다.


태아 생존 여부와 관련해선 경찰이 병원 압수수색을 통해 현재 생존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압수물을 분석 중인데 유튜브 영상이 조작된 부분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수술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해선 신속하고 엄정하게 관련자 조사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현행법상 낙태 처벌 규정이 없고 보건복지부에서 살인 혐의로 수사 의뢰를 한 만큼 일단 두 피의자의 살인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임신 24주를 넘어가는 낙태는 모자보건법상 불법이지만, 2019년 4월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형법상 낙태죄가 사라지면서 처벌할 근거는 없는 상태다.


형법 250조는 살인죄를 '사람을 살해하는 것'으로 규정하며, 판례상 태아는 '분만이 시작된 시점'부터 사람으로 본다.


복지부는 2019년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 34주 태아를 수술한 의사에 대해 살인 유죄가 확정된 판례를 참고해 이번에도 살인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당시에는 제왕절개를 통해 살아서 태어난 태아를 의사가 물에 넣어 질식사시킨 것이어서 살인 혐의를 명확히 적용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수술을 받은 환자와 병원 간, 의료진 내부 갈등으로 수사기관이 진술 등 관련 증거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기에 형사처벌이 가능했다.


따라서 경찰은 36주 태아가 산모 배 밖으로 나왔을 때 살아있었는지, 이후 수술실에서 어떤 행위가 있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서울청 관계자는 "살인이 맞느냐를 입증해야 하는 어려운 수사이고 입증 자체가 전문적인 기법이나 진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의료 감정 등을 거쳐 태아가 몇주였는지, 낙태인지, 살인인지, 사산인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낙태죄 논란 (CG)낙태죄 논란 (CG) [연합뉴스TV 제공]


해당 병원 내부에는 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의료법 위반 혐의도 경찰이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청 관계자는 "작년 6월부터 의료법 개정으로 전신마취 등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병원은 수술실 내부에 CCTV 설치가 의무화됐고 설치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며 "다만 CCTV가 있어도 환자나 보호자 요청이 있는 경우에만 촬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과 별개로 경찰은 낙태약 '미프진'의 온라인 거래 행위에 대해서도 불법성 및 수사 필요성을 검토할 방침이다.


서울청 관계자는 "판매 사이트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적용 가능한 법률이 뭔지 판단해 입건 전 조사(내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낙태 허용 기준을 두고서는 그동안 학계와 정부, 국회 등에서 임신 14주, 임신 24주, 전면 허용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으나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로 낙태 여성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과 같은 36주 태아를 낙태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게시한 행위도 장기간의 입법 공백 속에 사안의 심각성이 잊혀졌다는 방증이라는 평가도 있다.


복지부는 형법과 임신 중단 기준 등을 규정하는 모자보건법에 대해 관계 부처와 논의 중이며 22대 국회에서 입법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22년 발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만 15∼44세 여성의 인공임신중절 추정 건수는 3만2천63건이다.


조사 대상 여성 6천959명 중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은 365명이었고, 해당 연령대 여성 인공임신중절률은 1천명당 3.3건(3.3‰)이었다.


주된 임신중절 이유는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경제 상태 상 양육이 힘들어서', '자녀계획 때문' 등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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